[헤럴드 경제]가을을 멍석으로 깔고 세계유산 축전 즐긴다
전통의 가치 보여주는 민초 힐링지 ‘경북 축전’
성곽도 쌓고 맛도 쌓는 장인예술 ‘수원화성 축전’
자연유산 지역 전문가와 탐험 ‘제주 화산섬 축전’
축전 주도하는 주민과 과거-현재 잇는 매력에 퐁당
이 비 그치면, 가을이 시나브로 오것다. 집중폭우에 움츠린 국민의 마음은 올 가을 여행을 벼른다. 올 가을 여행은 무조건 풍요로운데, 그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지구촌이 주목할 축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3회째인데, 2년간 온라인 중심이었다가 2022년 가을엔 K-헤리티지와 K-콘텐츠의 매력을 속 시원하게 즐길 멍석을 깔면서, 국민의 가을여행을 두툼하고 뿌듯하게 만든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이 주관하는 ‘2022 세계유산축전’이 오는 9월 3일 경북(안동·영주)을 시작으로, 수원(10월 1일), 제주(10월 1일)에서 각각 개막한다. 올해 축전의 특징은 세계유산 보유마을 주민이 주도하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퓨전형 콘텐츠가 많으며, 왕 보다는 백성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소제목들이 발랄하다.
▶경북축전=가장 먼저 열리는 축전은 ‘(과거-현재-미래) 이동하는 유산’이 주제인 ‘2022 세계유산축전-경상북도’(감독 장혜원)이다. 올해 축전은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 영주 부석사, 소수서원에서 열린다.
하회마을은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마을 중 하나로, 조선시대 초기 촌락의 형태를 유지하고 유교문화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석사와 봉정사는 승가공동체의 자비와 절제, 민초들의 정신적 힐링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소수서원과 도산서원, 병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2019년 ‘한국의 서원’으로 등재된 9개의 서원 중 일부로, ‘선비정신-학문 탐구-실천의 허브’라는 조선시대 지방 거점 사립대학의 ‘노블레스 오블리쥬’(사회지도층의 덕목) 함양과정을 잘 보여준다.
올해 경북 축전에서는 각 세계유산에 깃든 전통적인 가치를 예술가와 주민들이 하모니를 보이며 재미있게 전달한다. 안도타다오가 키노트를 내놓는 국제 컨퍼런스도 열린다.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세계유산축전 주제관’ 및 유휴 고택에서 국내외 유수의 예술가들이 참여한 전시가 열리고, 축전의 개막공연인 ‘나는 유교다 : 더 레알 유교’를 선보인다.
영주 부석사에서는 세계적인 안무가 안은미가 펼치는 현대무용극인 ‘부석사 명무전-기특기특’과 미디어아트전 ‘감개무량’이 진행된다. 어린이-청소년이 지혜롭고 선하게 잘 생활할 때 쓰는 표현 ‘기특’은 부처가 천상에서 내려와 자비로서 구제할 중생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에서 비롯됐다.
안동 병산서원에서는 ‘풍류병산 : 향의 노래’ 등의 공연, ‘병산서원에서의 3일’, ‘극한체험 선비-소수서원 유생 체험’ 등 프로그램과 재현 행사인 ‘소수서원 영정봉안례’가 진행된다. ‘선유줄불놀이’와 ‘도산서원 야간개장’ 등 야간 볼거리도 충분하다.
수원화성 축전=10월 1일 부터 열리는 ‘2022 세계유산축전-수원화성’(감독 권재현)은 ‘의궤가 살아있다:수원화성, 즐기다’를 테마로 한다. 의궤 속 정조행궁때의 행차도, 축성에 참가하거나 성내에서 살던 백성들의 표정 스케치, 민속화 등을 기반으로 당시의 모습 속으로 2022년 국민들이 들어가 체험토록 하겠다는 의지가 제목에 나타나있다.
수원 화성은 정조가 조성한 전체 길이 5.74㎞로 1801년 간행된 화성 준공 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를 통해 신축 과정의 자세한 전말을 알 수 있다. 조선 실학자들이 해외 사례를 연구하여 새로운 과학 기술을 적극 사용하였다는 점, 조성 후 성곽을 따라 신도시가 발달했다는 점 등의 이유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올해 축전에서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적극 활용해 독특한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주제공연으로 수원화성 축성을 위한 장인들의 노동행위를 예술로 승화한 ‘거장(巨匠)-거룩한 장인들’이 진행된다. 또, 인형극 ‘어여차, 장인과 모군’, 정조가 먹던 음식 2022년 국민도 먹는 ‘맛있는 수라간’ 등이 이어진다
또한, 수원화성의 실제 거주민들이 축전을 진행하고 의궤 속 인물들을 재현하며 축전의 가치를 확산하는 ‘성안사람들’, 향후 축전의 주체로서 역량을 키워갈 지역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세계유산 아카데미’ 등을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고을의 주인인 수원 시민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또 당시 축성 장인 19명의 이름을 새겨보는 ‘각자’와 ‘의궤 속 장인마을’ 체험, 플로깅 문화유산 탐방 ‘쓰담쓰담 수원화성’도 한다. 쓰담은 ‘쓰레기 담기’의 줄임말로, 수원화성 탐방 중 청결활동, 환경보존, 세계유산 수호, 지구와 문화유산의 지속가능성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여행이다.
제주 화산섬 축전=마지막 개최지인 제주 화산섬은 경관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지질학적 특성과 발전과정을 알 수 있게 해주어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제주 축전은 매년 축전 개최지로 선정되고 국민 인기도 높다. 올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축전(감독 강경모)은 ‘불의 숨길’을 ▷시원(始原) ▷용암(협곡)의 길 ▷동굴의 길 ▷돌과 새 생명의 길로 나누어 체감도 높게 국민들과 동행한다.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거대한 강을 이뤄 협곡을 만든 다음, 일부는 땅위로 넓게 퍼져 빌레(중산간 들판)를 만들고 대부분의 용암은 지하로 들어가 동굴을 만든 후, 굳지 않고 끝까지 달음질 치던 용암이 월정리 바다를 만나 돌과 대지, 생명의 터전을 일궈내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전한다.
올해 축전에서는 제주의 세계자연유산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볼 수 있도록 ‘Connect:연결’을 주제로 총 9개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 ‘만장굴 아트프로젝트’ 등의 문화예술과 ‘세계자연유산마을을 찾아서’, 5박 6일의 자연유산 순례 프로그램인 ‘세계자연유산 순례단’ 등 참여 프로그램도 열린다.
가장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자연유산 특별탐험대’는 평소 비공개구간을 포함해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등 자연유산 지역을 전문가와 탐험할 수 있다. 특히 26㎞ ‘불의숨길’ 구간을 가진 선흘1리, 선흘2리, 덕천리, 성산리, 김녕리, 월정리, 행원리 7개마을 주민들이 축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여느때와 다른 의미를 주고 국민체감 친화도를 높였다. 주민들이 건강한 먹거리도 내어준다.
축전은 첫해인 2020년에 9개 서원, 경북, 제주에서 열렸고, 2021년에는 백제역사유적(공주·부여·익산) 안동, 수원, 제주에서 진행됐다.
함영훈 기자